사진은 사실을 담는다. 사진 이론의 기초 중 기초이다. 그 부분에서 파생되어 사진이라는 것이 사진으로서 가치를 갖는다고들 한다. 다만 나는 사진은 그저 색을 담는 도구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나는 눈을 감고 걸어 다니면서 랜덤하게 사진을 찍었고, 그것을 통해 익숙한 공간을 재해석하고, 일정 부분 무작위성을 더하고, 현실을 뒤틀고 싶었다. 현실을 부수고 시공간을 혼재시킴으로써 나는 그 이론에 대한 반기를 들음과 동시에 약간의 무작위성을 더하여 스스로를 뷰파인더에 가두는 게 아니라 뷰파인더 밖으로 탈출시키고 싶었다. 지금 보면 치기 어린 작업이지만, 어찌 보면 사진에서 회화로의 발전의 시발점인 작업이기도 한 것 같다.

무제